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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5일
시와  2015-12-06 08:38:19, hit : 282

어제 저녁에는 (고)신기섭 시인을 추모하는 시 콘서트 <뒤늦은 대꾸>에서 노래했다.

대학에서 같이 공부하던 동기와 선후배들이 모여, 그 사람의 시를 낭독하고
그 사람이 남겨둔 다른 글과 노래하는 영상과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출연했던 TV다큐도 보고
나 같은 음악인(시인이라는 말이 좋아서 대구를 이루게 쓰고 싶었다)의 노래도 듣고.
떠난 시인과 거기 모인 시인을 위한 시 콘서트.

나는 그 사람, 신기섭 시인을 올 가을에 처음 알았다.
추모콘서트를 준비한다는 그의 동기로 부터 메일을 받고서야 알았다.
어제 그곳은 나에게 여느 공연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나를 초대한 자리의 성격과 내용을 고민해 선곡한 노래를 들려주는
그런 자리로서 남을 줄로만 알았는데,

참 신기하다.
우연으로 다가와 예상치 못한 영향을 묵직하게 남겨주고 가는 일이란.

12월 금요일 저녁 대학로의 어떤 '홀'에 모여 세상을 떠난 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사람이 남긴 것을 읽고, 그것들이 더 많이 들려지고 읽혀지길 바라는 마음과 마음 가운데에서.
한 사람의 온기란 얼마나 오래 그리고 멀리 퍼지게 되는가 생각했다.
사람들은 '기섭이' 혹은 '기섭형'과 가족처럼 지냈다고 했다.

랄랄라, 가까이, 나무의 말을 불렀다.
그리고 내가 2년 전 12월에 쓴 글을 읽었다.
'죽음'이라는 삶의 한 장면을 주제로 다른 사람의 노래가 되면 어떨까 생각하고 쓴 가사였지만
그 일은 쉽게 성공하지 못했고 나는 그 글을 한쪽 구석으로 치워두고 있었는데,
그것이 어제 저녁의 마음들 사이에서, 불려나왔다. (시처럼 표현하자면, '호출되었다')


사람은 무엇을 남기는가.
온기. 그것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인가보다.
내 손의 온기가 다른 손으로 옮아가면 그 온기는 또 다른 사람에게 간다.
더 멀리 퍼진다.


-

어제 노래 사이에 읽은 글의 제목은 '떠나가기 좋은 날'. 이 글이 이제, 노래가 되었으면 좋겠다. 멜로디를 입혀봐야겠다.


-
위드시와닷컴에 오시는 분께만 살짝 공개하는


'떠나가기 좋은 날'

조용하게 내려온 햇살이 풀잎에 빛나고
나를 아는 이들 조그맣게 모여
노래하듯 다정히 인사하는 어느 날 아침

먼 곳에서 달려온 나의 소중한 친구들
팔을 벌려 안고 싶어
모두에게 전하고 싶은 말
너무 오래 슬퍼말아요

캄캄한 밤 깊숙한 어둠이 두렵지않다네
다가온다해도 멀지않다해도
눈물 없는 오히려 가장 좋은 날이 되기를

떠나가기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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