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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분은 뭘까 :^]
시와  2014-04-06 05:26:54, hit : 1,879

어떤 기분을 느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응?)

공연을 무사히 마쳤거든요
50명 관객 한정의 단독공연.

공연을 하기 전에, 어서 예매하시라고 그렇게 많은 홍보를 해놓고선
공연을 마친 후에 아무 말이 없는 건 뭐랄까...
신세 지고 입을 싹 씻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무언가 소감을 남겨보고자 합니다 :)

어제는 무척 기분이 좋았습니다
사실은 그제부터 그랬습니다
시작은 어떤 대화였는데요
정리되지 않은 채로 말을 꺼내서, 대화의 시작 때에는, 그렇게 성급한 저를 스스로도 못마땅해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상대를 앞에 두고 말을 이어가다 보니
어느 새 제 마음과 생각이 잘 정리되어 착착 '말'로서 도착하고 있었습니다
신기한 일이었어요

그 순간을 맞이한 후
갑자기 제 지나온 시간들이 한꺼번에 이해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죽기 전에 본다는 주마등처럼요
그동안 나를 못마땅해하며 보낸 시간, 후회했던 시간, 어디로 갈지 몰라 헤맸던 시간 모두를 한꺼번에 이해하게 되었어요
세상에나.

회한이 밀려온다는 게 이런 것일까요
눈물도 흘렸죠
슬픈 눈물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이를 테면, 감격의 눈물이었어요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은 지금까지와는 다를 것이다,는 강한 생각도 눈물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사실 달라지고 싶은 마음이 큰 거 겠죠?)

김형경의 소설 '꽃피는 고래'에 이런 문장이 나와요
'발 밑에 굵은 선이 그어지고 모든 것이 그날 이전과 그날 이후로 나뉘었다.'
책을 읽은 지  6-7년은 지났는데 이 문장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어요

물론 제 인생에도 저렇게 굵은 금이 그어지는 날이 오면 좋겠다는 바람에서였겠죠
좋은 쪽으로의 변화를 기대하면서요
하지만 '저렇게 드라마틱한 일은 소설이나 영화에나 등장하는 거다, 넌 무슨 니가 영화 주인공인줄 아냐.'고
스스로를 나무라는 생각도 멈추지 않았죠

그런데 그런 놀라운 일이 제게 일어났어요
발 밑에 굵은 금이 그어지고 모든 것이 그날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많은 일들이 선명해지는.

금이 그어진지 이틀 밖에 되지 않아서
또 앞으로의 일은 모를 일이지만
그제의 대화와 눈물에 이어
어제 공연을 마주하는 마음도 참 즐거웠어요

유쾌하고 산뜻했어요

리허설은, 비가 오락가락하고 바람이 세게 불어
마치 영화 '어바웃 타임'의 결혼식 장면처럼 한바탕 소동이 있었지만 잘 마무리했고
(뜬금없게, 레이첼 맥아담스 처럼  '빨강 드레스'가 입고 싶어지네요 우우우우우)
공연 전 대기실에서도 같이 연주하는 친구들과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 몰라요


5시 55분
공연 시작을 5분 남기고 저는 잠깐,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으로 숨어들어갔어요
그리고 심호흡을 했죠
'오늘 부를 노래들, 내가 만든 거니까 나 만큼 잘 부를 사람은 없을 것이다'라는 주문을 속으로 외우며
스읍스읍 후우후우

6시
옥상에 올라갔습니다
쌀쌀함을 피해 무릎 담요를 고이 덮고 있는 여러분!
빛나는 미소 혹은 빛나는 무표정으로 저를 맞아주었어요

반가운 얼굴이 많이 보였어요
저는 주로 소규모 공연을 해서인지
관객으로 오는 분들의 얼굴을 곧잘 기억하는 편인데요
예전엔 자주 만났지만 한동안 공연에서 볼 수 없던 분들이 눈 앞에 계시더라고요
물론 처음 만나는 얼굴도 있었어요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

여러분께 새로 만든 노래를 들려드릴 수 있어서
노래로 그동안의 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서
무척 좋았어요 행복했어요

앞으로도 어제처럼 키보드(피아노), 기타 연주자와 함께 공연할 생각이에요
제가 기타를 연주하며 동시에 노래하기 보다는
노래에만 집중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이런 모습으로, 어쩌면 더 내밀한 이야기를 더 세심히 들려드릴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이 경향이 언제까지 갈 지는 알 수 없지만
다시 한 번 지켜봐주세요

차가운 바람과 공기 아래, 긴 시간 노래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4월 15일 부터의 평일 낮 장기공연 '벚꽃이 질 때까지'도 어제처럼 새로 도착한 노래 위주로 공연할게요
새 노래 하루에 한곡씩 부르겠다는 말 취소취소
그냥 신곡 대방출 할게요 :)
http://cafe.naver.com/ccloudcs/2446




+
아참 어제 관객 중엔 작은 아기도 있었는데요
그 사랑스러운 존재 덕분에 훨씬 편안하게 노래할 수 있었답니다
아기와 함께 하는 공연에 대한 로망 실현! 헤헤

++
어제 공연 음향을 잡아 준 분이 '전자양'님이었다는 사실
뒤늦게 알고ㅠㅠ  어제 밤 잠들기 전에 기념으로 '아스피린 소년'을 들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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